<고 유 문>

유세차

갑오년 정월 초사흘, 고려대학교 부산교우회 회장 왕세창과 선후배교우들은 오늘 모교의 대선배이신 백산 안희제 선생님의 기념관을 찾아 참배하고, 한 평생을 오로지 나라와 겨레를 위해 자신을 불태우신 위대한 애국, 애족 정신을 본받고자 하나이다.

선생님께서는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국내외에서 민족교육, 민족기업육성, 항일 언론 등 다방면에 걸쳐 국권회복을 위해 활동하신 민족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자는 태약, 호는 백산이셨으며, 어려서부터 고향 의령에서 한학을 수학하셨고,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구국의 일념으로 상경 길에 올라, 모교인 고려대학교의 전신으로 조국 광명을 위한 인재양성을 취지로 같은 해에 설립된 보성전문학교 경제과에 입학하셨습니다.

1907년 구명학교, 의신학교를 설립하시고 1909년 동지 서상일, 박중화, 신성모 등 80여분과 더불어 독립운동을 이끌어갈 비밀결사대인 대동청년당을 조직하여 구국운동을 전개했으며, 1911년 북간도와 시베리아를 돌면서 독립군 기지를 돌아보시고, 3년 후 조국으로 돌아와 1914년 9월, 지금 저희들이 서 있는 바로 이곳에서 부산 최초의 무역회사인 백산상회를 설립하시어 국내 독립단체의 연락처로 삼고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국내지주들이 기부 기탁한 자금의 어음을 경남은행 본점에서 할인하여 상해로 송금하는 책임을 도맡아 하셨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백산상회는 겉으로는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리기관인 것 같았으나, 내면적으로는 해외 독립운동과의 연락과 자금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내 후원기관으로서 민족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

1919년 11월 기미육영회라는 장학회를 설립하시어 국권회복을 위한 인재양성을 하시고, 1922년에는 중외일보 사장에 취임하시어 일제 총독정치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발표하셨습니다.

그리고 1931년 대종교에 입교, 교적간행회장에 선임되시어 조선민중의 민족자결 의식을 고취하시고 독립운동에 총력을 기울이시던 중, 1942년 11월 왜경에 붙들려 가셔서 9개월 동안 혹독한 고문과 옥고를 치르시다, 1943년 8월 3일 향년 59세를 일기로 애석하게도 조국광복을 보지 못하고 순국하시고 말았습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한 선생님의 거룩한 삶은 우리 고려대학교 후배들에게는 물론, 우리 민족 모두에게 크나큰 귀감으로 길이길이 전해 내려왔으며, 1962년에는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된 바 있습니다.

희망찬 갑오년의 시작을 알리는 엄숙한 이 순간,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국민의 열망은 분수와 같이 솟구쳐 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 고대 교우들은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조국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도, 항상 긴장 속에서 불안한 남북관계를 걱정하며 좌우로 갈리고, 급변하는 국제관계의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해 국익에 손실을 초래하며, 국내적으로 지역과 이념, 빈부계층간의 갈등이 도를 더해가고 있는 이 시점, 우리 고대부산교우 일동은 다시 한 번 자유, 정의, 진리의 거룩한 교훈아래 오늘의 위기를 과감하게 돌파하기 위해 백산선생님의 정신으로 굳게 무장하여 단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해를 맞이하는 부산교우회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룩한 선배님들의 업적을 귀감으로 삼아, 자랑스런 고대정신이 시들지 않고 더욱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훌륭한 전통을 면면히 이어나갈 것을 굳건히 다짐합니다. 또한 오늘 저희들은 거룩하신 선생님의 영이 깃든 이곳에서 선생님의 높은 뜻을 다시 되새기고, 저희들의 영원한 귀감이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면서 더욱 강력한 사명감을 가지고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삼가 이 글을 올리나이다.

2014년 1월 3일

고려대학교 부산교우회 집행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