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정

2018년 3월의 어느 날 저녁 시간, CNS(Central Nervous System : 중추신경계) 동아리 총회의 날,

115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에 역대 최고령 학부 신입생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말을 시작하고 글을 깨우친 후로부터 여기,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어언 60여 년이 걸렸습니다"라고….

왜? 우리 학교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민족 고대라는 말에 꽂혔습니다"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1학년 한 교양과목 수업 때, 남한 내 고구려 유적 탐구 조사의 과제에서 수락산과 아차산 등 고구려 흔적을 조사 발표하던 중, 향후 사학을 전공할 거냐는 학우의 질의를 받고, "생각해 볼 수는 있으나 쉽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여 사회에서 모교의 명예에 흠이 되지 않도록……. "갑자기 교수님이 말을 막으시며, 잠깐! 지금 모교라고 했어요? 아직 모교라고 말할 위치가 아니야! 여기가 고려대학교야! 라는 말씀에, 뒤통수에 진땀이 흘러내렸던 시간, 하지만 오기로 남은 학기를 노력해서, 결국 A 학점을 받아냈었습니다.

전공필수와 선택, 그중 백미는 해부학…. 인체의 모든 구조와 기능을 암기…. 과히 대뇌 외 감각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쥐가 내렸던 과목이었지만, 모든 전공과목을 섭렵, 다 해치우고…….

손주들보다는 몇 살쯤 많은, 하지만 영특한 학우들과 함께 수많은 팀 과제를 완성해 나가며 때론 발표를 주도했고, 상대평가로 치열한 성적 경쟁을 하며, 한 학기 22학점 All A+로 총장님의 표창장을 받기도 하고, OT와 입실렌티, 고연전 응원석에서 학우들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목이 쉬도록 민족의 아리아와 고래를 잡고, 뱃노래와 지야의 함성에 연세치킨... 피하지 않고 함께했습니다.

졸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는 영어시험, TOEIC을 재수, 삼수, 깡다구로 도전, 재도전하여 결국 합격 커터 라인을 통과하고, 총 142/130 학점을 달성하면서 최종 졸업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입학과 졸업식이 오프라인으로 실행되지 못하고, 전통적으로 2월 25일 개최되는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됨을 대신하여, 오늘 가족과 함께 조촐하게 학사 가운을 입고 졸업 기분을 함 내봤습니다.

이제 부산으로 갑니다.

열차를 타고….

2022. 02. 25.